폐차하는 법 (지원받은 DPF 달린 구형 쏘렌토 디젤 폐차하기)

제가 두어 해 전까지 몰던 구형 쏘렌토는 폐차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운행을 할 수도 없고, 정부 지원을 받은 DPF의 의무 장착 기간도 끝났습니다. 2년 전, 9월 중순쯤에 달았으니 9월 말일이면 공식적으로 2년을 사용한 셈이 됩니다. 더군다나 자동차 검사일도 다시 다가오고 있습니다.

10월 28일이면 다시 자동차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 검사일의 최종 마감은 한 달의 여유가 주어지니 11월 28일이지만, 아파트 주차장 관리비를 매월 15,000원씩 더 내고 있는 입장에서 아쉽지만 쏘렌토 02년식을 더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추석 연휴도 지났으니 이제 정말 폐차를 해야합니다. 실제로 진행해본 폐차 절차는 아주 쉬웠습니다.

폐차는 지정된 관허업체에서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이건 검색하면 바로 찾으실 수 있어요. 폐차를 진행하게 되면 자동차의 고철비를 따로 받으시게 됩니다. 업체마다 이게 조금씩 다를 수도 있어서 여러 군데 알아보시고 진행하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쏘렌토는 이미 정부지원을 받아 DPF를 단 적이 있기 때문에 조기폐차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고, 일단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빨리 폐차를 처리하는게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해서 그냥 가장 가까운 업체에 전화를 걸어 폐차 절차를 의뢰했습니다.

전화로 폐차 상담을 하시면 차량번호와 각자번호를 확인하고 예상 고철비를 고지받습니다. DPF 지원을 받아 장착한 차량의 경우 DPF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DPF의 장착 시기를 폐차 업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폐차를 의뢰하고 나서 DPF 반납 절차를 폐차장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폐차인수증을 받고 나서 실제로 자동차 등록 말소가 될 때까지 시간이 며칠 소요됩니다. 자, 이제 실제로 폐차를 준비합니다. 이미 준비를 대강 해둔 상태지만, 정말로 폐차 의뢰를 했기 때문에 차 안의 짐도 다 꺼내고 필요한 서류도 구비해야 합니다.

차를 비웁니다.

뒷자리만 보면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습니다.

차를 비우다 보면, 여기저기 망가졌어도 아직 멀쩡한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직 짐이 남아 있기도 하죠.

트렁크에 실린 큰 짐들을 정리합니다. 작은 물건들은 이미 다 챙겼는데, 큰 짐들은 폐차하는 날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 놔두었었는데, 이제 정말로 정리하고, 일부 버릴 물건들은 버립니다. 폐차장에 차 말고 다른 쓰레기를 보낼 필요는 없죠.

사연 많은 조수석

저 조수석에 사연이 많죠. 제 차는 아버님께 상속받은 차입니다. 아버님께서 마지막으로 운전하시던 날, 제가 저 조수석에 앉아 있었죠. 아버님이 암 말기 진단을 받으시기 열흘쯤 전이었습니다. 결혼 준비를 하기 위해 이 차를 사용했을 때 웨딩플래너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이 차를 제가 처음 운전햇었습니다. 조수석에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제 아이들을 태우고, 병원을 전전하기도 했습니다.

쏘렌토 고질병

쏘렌토의 고질병인 뒷 펜더 아래 2열 하단 부식이 진행된 모습입니다. 제 차는 뒷 바퀴 위를 감싸는 범퍼가 멀쩡할 때까지 이 부식이 진행이 되지 않았었습니다. 기아자동차에서 이 부분은 리콜 (혹은 무상수리)를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제가 아버님께 이 차를 상속받았을 때는 이미 무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이 끝나 있었죠. 쏘렌토를 더 이상 운행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하체 부식입니다.

구석구석 자잘한 짐들을 덜어냅니다. 이미 폐차 준비를 해두었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이제 차량 안에 자동차 키와 함께 필요한 서류를 둡니다. 개인이 폐차하는 경우 자동차등록증만 안에 두시면 됩니다.

이제 차를 정말 옮길 차례입니다.

보험사 렉카차량 출동

폐차를 진행할 때 실무적으로 주의해야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폐차장에서 직접 견인차량이 오는 경우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파트 주차장의 차고 제한이 당연히 있고, 보통 2.3 미터 정도기 때문에 폐차장의 대형 트럭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이 때 자동차보험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직접 보험사를 호출하지 않아도 폐차 업체측에서 운전자 개인이 가입한 보험사에 출동을 요청해서 소형 렉카차량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도 무려 지하 3층의 아파트 주차장에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출동해주셨습니다.

차를 들어올립니다.

팁이 하나 있다면, 폐차를 하실 생각히시라면 기어를 미리 중립에 빼두시면 좋습니다. 제 차 같은 경우에 시동이 다시 안 걸릴 정도로 배터리 방전이 심했기 때문에 P로 두었던 기어를 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N으로 중립에 두기 위해, 점프스타트를 해서 배터리를 살려야 했습니다. 물론 보험사에서 다 해주시긴 합니다만.

왜 대형차가 못들어오는지 이해가 가죠.

구형 쏘렌토 디젤의 뒤안길

아파트 주차장 밖으로 폐차될 쏘렌토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햇살 속으로 끌려 사라지는 모습이 쓸쓸하기만 합니다. 별 감흥 없이 폐차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저는 그렇게 되지는 않더군요.

한 때 아버님의 분신처럼 여기며 아꼈던 오래된 차, 저 차를 타고 제 삶에 일어난 10년 동안의 일들이 다시 생각나는 날이었습니다. 이 블로그도 아버님 쏘렌토를 고쳐타는 이야기로 시작했었죠.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이었습니다. 덕분에 자동차를 늦게 알게 되었고, 허투루 차에 돈을 쓰지 않으면서 정비비와 유류비만 가지고 아껴 살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지진 않네요. 그리고 문자로 폐차인수증의 사진을 받았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폐차 과정은 전화 두 통과 카카오톡 메세지로 이루어졌습니다. 폐차를 처음 해보지만 별로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더 묘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