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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정비

쏘렌토 02년식 오일 누유 정비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by 불곰맨발 201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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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이 된 차를 모는 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곪은 상처가 있는 것과 같다. 멀쩡하던 녀석이 겨울이 되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윈터 타이어도 끼워주고, 엔진오일도 갈아줬는데 문제가 생기면 기분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정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되도록이면 돈을 적게 들이는데 중점을 두고 차를 관리하시던 아버지이신지라 뭔지 잘 모르겠고 티 안나는 정비들은 하나도 되어 있는 것이 없었다. 

 

누유가 생겼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뭔가 흥건하게 검은 기름이 흐른 자국이 있었다. 초보인지라 이게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동네 카센터에서는 데후 오일 새는데, 나중에 미션 오일갈 때 손보면 된다고 했다. 

 

 

 

문제는 두 가지

 

1. 새는데 놔둬도 괞찮아?

2. 데후가 뭐냐?

3. 나중에 싹 같이 갈면 한꺼번에 돈 많이 들잖아?

4. 아버지께서 언제쯤 이쪽 오일을 교환하셨을까?

 

늘 그렇듯이 폭풍 검색에 들어간다. 데후가 디퍼런셜 기어(Differential Gear)의 일본식 표현인건 쉽게 알 수 있다.  조금 더 찾아보면 구동력을 각 바퀴로 전달하는 기어로 앞뒤에 모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렇게 해서 1, 2의 대답이 나왔다. 이제 디퍼런셜 기어(데후)가 뭔진 알겠고, 기어니까 오일이 들어가는데, 이건 차량의 구동과 관련된 것이므로 당연히 그냥 두면 좋을리가 없다. 머릿 속에 3번 질문까지 스쳐지나가면서 당장 정비하자고 마음을 99%쯤 굳힌다. 나머지 1%는 당연히, '견적 보고......' (이런저런 정비후기를 찾아보면 가격은 제멋대로다. )

 

짐작컨대 아버지께서는 디퍼런셜 오일을 전혀 갈지 않으셨거나, 갈았어도 5만 km쯤 전, 그러니까 약 08년쯤 갈아두셨을거라는 짐작이 드는데 이런 상황은 차나 나를 위해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  밑으로 기어들어가 찬찬히 살피는데 아뿔싸, 누유가 한 군데 더 있었다. 게다가 이건 앞 쪽이다. 

 

 

이쯤 되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1. 얼마 전 엔진 오일 교환한거 조금 남겨 묻은 걸꺼야. (x도 모르면서...)

2. 브레이크 오일인가? (다시 한 번, x도 모르면서)

3. 이거저거 다 고치면 돈 열라 깨지는거 아님? 그냥 못본척 할까?

 

...등등

 

난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어차피 내년쯤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앞뒤로 따져보면, 내년 이맘때쯤 내가 차에 돈을 쓸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으니 지금 정비를 해둬서 후환을 만들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입술을 곽 깨물었다. 다만, 한 가지 필요한건 견적이었다. 

 

결국 출장지역에서 가까운 홈페이지가 있는 디젤 전문 정비업체를 찾아가 진단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첫번째 차량 후미 근처의 사진은 리데나 (일종의 오일 씰링)노후 불량에 따른 디퍼런셜 오일 누유, 앞 쪽은 파워스티어링 오일 누유였다. 이외에도 자잘한 다른 것들이 이것저것 붙어 내가 써야하는 돈은 생각보다 커졌다. 더욱 심각한 건 배터리 전압 낮음 + 예열 플러그 4개 모두 사망 + 프로펠러 샤프트에도 베어링 문제가 있어보인다는 것-문제는 내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었다. 

 

먼저, 앞뒤 디퍼런셜 오일과 트랜스퍼 케이스 (T/C) 오일을 모조리 갈았다. 예상대로 전 차주께서는 단 한번도 이 오일들을 교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문제의 리데나 교환과 함께 오일 교환 + 배터리 교환 + 예열 플러그 탈거 및 교환 이것만으로도 비용은 예산과 거의 비슷해졌다. 

 

어쩔 수가 없었다. 파워스티어링 오일 누유 문제와 프로펠러 샤프트는 잠시 눈을 감기로 했다. 오일 누유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에 주기적으로 본넷 후드를 열러 오일 레벨을 체크하며 타기로 하고, 프로펠러 샤프트 쪽은 오늘 출장나온 지역으로 다시 오는 일주일 후에 교환하기로 했다. 일주일이 흘러 확인한 결과, 프로펠러 샤프트 역시 앞 뒤 두 개 모두 베어링 문제가 있었으며 결국 교환하였다. 

 

아직도 버릇처럼 밝은 대낮에 주차를 할 때면 바닥에 드러누워 기름 새는데가 없는지 찾아본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바닥에 떨어진 기름 자국 없는지 보게 된다. 문제의 파워스티어링 쪽은 적어도 다음 달까지는 좀 놔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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