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서단에 있는 카페 전들재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사면 인화로 416) 를 소개합니다. 제가 워낙 강화도를 자주 옵니다. 강화도는 한국의 지브롤터 같은 곳이죠. 물론 지브롤터는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끼고 지중해의 관문 역할을 하는지라 그 스케일이 달라 강화도와 일대일 비교를 하긴 어렵지만, 강화도는 영종도와 석모도 교동도를 끼고 예전부터 서울과 수도권, 한강의 관문 역할을 합니다. 전들재는 강화도에서 교동도로 넘어가는 교동대교의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조용하고 넓은 카페입니다.
전들재의 메인뷰는 교동도와 석모도가 멀리 보이는 강화도 서안의 바다입니다. 파란 바다와 하늘의 뷰가 여름을 물씬 느끼게 하네요. 여름에 이만한 뷰가 없을 것 같고, 아직 5월이지만 휴가철이 되면 꽤나 사람이 몰리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카페의 공간감과 분위기 (Vibe)를 만들어 내는 전들재의 특이한 점은, 케이블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로 창가 위주로 테이블이 배치 되어 있고, 중앙에는 좌석이 많지 않습니다. 도심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느껴지는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좁은 공간때문에 느껴지는 복닥복닥한 분위기가 없죠.
비어 있는 공간의 미학이 자칫 밋밋할 까봐 인디언 텐트를 둔 센스가 빛나는 인테리어가 됩니다. 특히 아이들이 온다면 저 나무 아래 인디언 텐트에서 놀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5월에 이 곳을 처음 왔고, 그것도 비오는 주말에 오다 보니 아이들이 카페에 들어온 것을 많이 본 적은 없습니다.
늘 그렇듯이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이번에는 피낭시에를 곁들여 봤습니다. 이 조합은 항상 옳죠. 솔직히 저는 2023년 5월말 부처님 오신 날 연휴에 비를 뚫고 매일 이 곳에 왔습니다.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비오는 날에는 케익을 주문하기도 했었습니다.
해안의 철조망에 짙은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케익 한 입과 함께 구름만큼이나 짙은 아메리카노를 한 잔 천천히 마십니다.
카페 전들재는 특이하게 강화군 북부문화센터 건물에 함께 있습니다. 교동대교에 차량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QR코드로 인증을 하고 검문소를 지나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전들재 주차장에서 교동도 검문소가 바로 훤히 보입니다.
교동도는 황해도와 매우 가까운 섬으로 강화도 서해안과 함께 군이 관리하는 지역입니다. 검문소를 진입하기 직전 분홍색 라인을 타지 않고 오른쪽으로 빠져야 전들재로 올라올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회색의 북부문화센터가 보이면 맞게 오셨습니다. 주차장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1층에 시원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장애인 주차 공간을 포함하여 10면 정도의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가 너무 아메리카노만 보여드린 것 같은데, 전들재에는 다른 카페에는 특이한 메뉴도 있습니다. '강화섬쌀라떼'와 '강화쑥라떼'가 바로 그 메뉴인데요. 저는 강화섬쌀라떼를 주문했습니다.
쌀의 향기가 고소하게 퍼지는 맛이 햇살이 가득한 연휴 마지막날의 바다뷰와 잘 어울리네요. 아이스로 주문하면 크림이 올라가고, 따뜻하게하면 크림이 없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강화섬쌀라떼는 아이스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튀긴 쌀알? 이 살짝 올라가서 씹히는 식감도 재미있어요!) 앞바다의 시원한 뷰와 너무 잘 어울려요. 남아 있는 플레인 피낭시에를 제가 다 먹어 없애서, 이번에는 커피 피낭시에를 같이 주문했습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교동도 앞바다를 보고 있자니, 괜히 서글퍼지는 것도 있습니다. 창문틀이 바닥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여름의 청량감이 돋보이는 카페인데, 겨울에는 또 겨울 나름의 특별한 느낌이 있을 것 같아 계속 오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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