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22년 7월 26일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한 개발구상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정비창 계획이 한 번 좌초되었다가 다시 재입안되는 계획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일종의 업그레이드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도상의 가운데 보이는 회색 텅 빈 공간에 용적율 1500%의 업무지구가 들어온다는 구상을 발표한 것으로 생각해볼 점이 여러가지로 많습니다.
지도 상에서 반경 1.5 km 안에 삼각지역과 이촌역까지 들어오는 원 안 쪽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이겠죠. 당연히 용산영과 신용산역이 가장 가깝고, 효창공원역과 멀리는 마포역까지도 직접영향권입니다. 이전 설치된 대통령실과의 거리도 가까운 편입니다. 용산전자상가 일대도 당연히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상업시설의 재건축을 위시한 개발 파급력이 있을 것도 예상됩니다. 사실 이건 원래 예상되던 것이긴 합니다만.
일단 한 가지 맘에 드는 것은 이 개발구상이 오로지 업무지구의 제안에 한정되었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서부이촌동의 연계 개발은 일단 구상에서 빠졌고, 아파트 같은 주거 시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용산은 서울의 최중앙부로서 업무지구로 개발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이런 제 의견에 부합하는 계획인 것 같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상업시설이나 사옥이 과연 예전만큼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겠지만, 용산이라는 상징성과 입지조건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업무시설이라고 해도, 누가 입주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용산이라는 브랜드에 걸맞는 무게감 있는 기업의 입주 소식이 나와야 합니다. 강남과 판교에 입주해 있는 이름 있는 기업들이 이미 사옥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습니다. 정부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정부 시설이 많이 들어오면 많이 들어올수록 무게감은 빠질 것 같습니다. (세종시의 존재 때문에라도 정부 기관이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서울시의 창업지원센터 같은 정부의 기업보조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용산이라는 브랜드의 무게를 견디기 어렵습니다.
신분당선과 GTX-B의 연계 계획이 눈에 띄는데, 제 생각에는 신안산선도 연장안이 이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 않나 예상해봅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삼성동과 경쟁하는 구도가 될 텐데, 이거 조금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서울시장이 이번 임기에 계획을 한다고 해서 이번에 완성할 수 있는 계획이 아닙니다. 아파트 재건축도 건물 올라가는 기간만 최소 3년이 걸리는데, 당연히 임기 안에 안 되죠. 이건 사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부수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걸 토대로 대선을 노리겠다는 것이죠. 개발계획의 실현을 위해 서울시장에 3선되는 것은 최소한입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이 트랙을 탔던 것을 다시 복기하되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이자, 전임시장의 철저한 실패를 반면교사 삼으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문제는 그게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냐 하는 것이죠. 건축자재 가격 정도가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동 영동대로 복합개발과 맞물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겁니다. 삼성역 주변과 용산이 동시에 개발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나마 삼성역 주변은 현대자동차라는 확실한 입주기업이라도 있지만, 용산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속도전으로 이런 거대 계획이 완성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교통망만해도 여러가지 요구사항이 있을 수가 있고, 토지주들은 최대한의 보상을 받아내랴고 할 겁니다. (한은이 아무리 긴축을 하려고 해도, 여기에 풀리는 돈만 얼만데 실질적인 긴축이 가능할까요, 이건 사족입니다.) 당장은 서울시민의 의견교환이 빨리 되어야 하고, 향후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무튼 아직은 지켜볼 여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투자를 하신 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업무지구로 화려하게 태어나길 바랍니다. 여의도/강남과의 역할 분담 같은 것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조화롭게 잘 개발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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