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을 일컫는 말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엔진, 코너링, 유가 같은 단어가 자동차 산업에서 사용되는 용어였지만, 지금은 수소, 전기, 환경, 편의성 같은 단어가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 전환이 머지 않았고, 파워트레인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차량 내부 공간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해지면서 '자동차' 가 아닌 '모빌리티' 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 산업이 단순히 고전적인 의미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온갖 이동 수단을 총칭하는 수준으로 '업의 본질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전기와 환경 같은 키워드에만 머무르지는 않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개념은 사람의 이동 수단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제한을 하나둘씩 다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항공우주산업과 자동차 산업은 모두 모빌리티의 범주에 속하게 됩니다. (이건 너무 긴 미래의 이야기 같긴 합니다.)
제 블로그의 '길' 카테고리에서 기본 구분은 '국내여행'으로 구분하여 업로드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변에 들르게 되는 카페나 풍경을 담는 것이 기본 기능이지만, 종종 본의 아니게 도시나 아파트 단지를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빈도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동차 블로그로 시작한 이 공간에서 그래도 글을 주기적으로 쓰다보니 본의 아니게 자동차의 본질이 뭔지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했던 자동차의 본질은 '자유' 였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의 제목도 '주유는 자유다' 로 달았던 것이구요.
모빌리티 업의 본질은 '공간 연결'입니다.
공간을 연결하면서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주체를 연결하게 됩니다. '사람'과 '부동산'을 공간적으로 연결하는 것이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부동산을 연결하고, 부동산과 부동산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아주 특별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아주 쉬워졌습니다. 통신 기술을 통해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하는 기술이 최근 5년간 아주 발달했죠. 그러나 차를 타건, 킥보드를 타건, 사람과 사람이 공간적으로 만나는 것은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 이상의 내밀한 경험입니다. 좀 더 깊은 수준의 연결이죠. 코로나 때문에 이런 깊은 수준의 연결을 체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모든 이가 2021년 현재 힘든 것이구요.
'사람돠 부동산의 연결', '부동산과 부동산의 연결'은 비슷하지만 또 약간 다릅니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부동산' 이냐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볼까요.
사람은 반드시 어떤 공간에 있기 마련입니다. 그 공간, 집, 직장, 학교, 병원 같은 것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부 부동산의 형태로 등록되고 관리됩니다. 자동차 산업, 아니 모빌리티 산업의 본질은 그래서 사람-부동산, 부동산-부동산의 연결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항상 이동중에도 편하고 효율적으로, 때로는 아주 빠르게, 혹은 여유롭게 이동하고 싶어하죠.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에게 모빌리티가 제공하는 가치는 '집' 이라는 주거용 부동산과 '직장'이라는 상업용 부동산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자동차는 부동산이 아닌 실물 형태의 재산이면서, 동시에 부동산 같은 동산입니다. (제가 이 문장에서 자산과 재산을, 그리고 부동산과 동산을 구분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자동차는 등록되는 재산으로 현금성 자산이나 금융 자산, 혹은 유가 증권의 형태가 아닌 유동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실물 재산이면서도, 부동산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사람이 부동산이라는 공간 안에서 누리는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부동산 같은 동산' 말 그대로 움직이는 물건입니다.
부동산업과 건설업, 그리고 자동차 산업은 과거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도로 교통과 철도 교통의 네트워크에 따라서 땅의 가치가 바뀌고, 땅의 가치가 바뀌면 자동차의 행선지가 바뀝니다. 모빌리티 기술에 따라서 건축 방식도 영향을 받습니다. 아마도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에서 직접 연결되는 지하주차장일 것 같습니다. (지하주차장에 대해서는 제가 과거의 글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제가 용산 같은 곳으로 업무성 출장을 갈 때, 사실 지상에 노출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도로를 지나 출장지의 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갑니다.
이 연결, 사람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는 연결은 굳이 내연기관을 연상시키는 '자동차' 만을 사용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모빌리티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처음에는 우버나 타다의 등장 때문이었지만, 이건 좀 작은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IT 서비스를 통한 이동효율화가 인간 욕심의 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소유한 사설 항공기에는 샤워실과 침실까지 있죠. 마찬가지입니다. 향후 모빌리티의 궁극의 기술은 그 방향에 있습니다. 사람은 항공기보다 저렴한 이동 수단에서도 막 샤워하고 화장하고 나온 것 같은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움직이는 집을 만들어 버리고 싶다. 그런데 Private Jet이나 고가의 열차에서만 가능했던 수준을 개인용 이동 수단인 승용차 수준에서도 원한다.'
그래서 많은 다른 산업들이 연결됩니다. 당연히 수소, 전기 같은 에너지 산업들어가죠. 요새 자동차 시트가 나날이 좋아지는 것보면 인테리어와 가구까지 들어갑니다. 5년전만 해도 앰비언트 라이트에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앞에 설치된 모니터로 뽀로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헬스케어까지 들어갈거고 건설업과 건축양식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과거에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제조업의 총아라는 말을 교과서에서 배웠었죠.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하면 부품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거꾸로 이동을 위한 부품이 아닌 편의성을 위한 부품과 소재들은 증가할 것입니다. 아마도 2만여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지 않을까요.
*갑자기 긴 글을 두서없이 적었네요. 논리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비전문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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