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ification: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을 일종의 기한으로 설정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들을 전기차로 전환하여 양산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이 생긴 것이죠. 이미 유럽에서는 미국이 나서기 전부터 전기차화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대략 10년 정도의 시한을 두고 석유-전기 연료 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점점 전세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차전지 산업이 이미 주력 산업으로 부상한지 오래되었고,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G80e를 출시할 만큼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정치권에서 10년의 기한이 설정되었다는 것은, 업계에서 5-6년 정도내에 전기차 개발-양산-판매 시스템이 완전히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죠.
전기차는 환경을 생각하는 산업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전기차를 사용하면 지금 겪고 있는 폭염과 태풍 같은 이상기후를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 입니다. 당장 전기차를 사면 환경보호에 기여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도록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펑크난 경제를 돈으로 때워야 하는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전기차에 투자한다는 선언은 돈을 찍어내고 써재낄 좋은 명분이 됩니다.
그러나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한 편으로는 전기차 보조금을 챙기느라 바쁘고, 더 많은 용량의 전기차 충전을 더 빠른 속도로 하고 싶어합니다. 테슬라 같은 멋들어진 전기차를 타려고 하고 더 크고 빠른 전기차를 타고 싶어합니다. 전기차에 대한 욕심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이 변함이 없는 것이죠. 그냥 인간은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어합니다. 항상. 산업과 혁신의 측면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시도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이런 혁신은 결국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세상을 구하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내연기관이든 전기차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운송 수단은 결코 환경에 도움이 안 됩니다.
환경친화적인 전기차의 사용이 더 적은 공관과 더 적은 에너지를 쓰는 것을 의미한다면, 네, 전기차의 활용은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G80e나 테슬라를 내려놓고 트위지 같은 차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가급적이면 그나마도 안 타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길입니다.
결국 연료에 해당하는 전기를 어떻게 생산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높은 비율로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를 쓴다면, 분명히 더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이 되겠죠. 하지만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에 태양광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습니다. 원자력 발전으로 저장해 둔 에너지가 모자라니 다시 화력 발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전기차를 탄다고 해서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는 것과는 영 반대의 일이 될텐데요. 아무리 화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효율이 높아 그렇게 생산된 전기를 차량에 사용하는 것이 차량에서 개별적인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이 좋다고 해도,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더욱 좋지 않은 것은 전기차 보급율이 올라갔을 경우 모든 사람이 충전포트로 모여들고, 전기 사용량은 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인간이 포기하지 않는 한, 전기를 통해서든 화석 연료를 통해서든, 에너지 사용량은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에너지원으로 쏠릴 수록 인간이 선택사양이 줄어들고 에너지 위기에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지금처럼 화석 연료와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사실 상당히 에너지 안정성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기차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인 운송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조건이 맞는다면). 에너지원이 바뀌면서 새롭게 발생하는 차량의 특성이나 기동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를 타지 않는 것이 비난받을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디젤에서 제가 겪었던 일들을 분명히 다시 겪게 될 것으로 봅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모든 사람에게 전기차를 강제하려고 할 겁니다. 유류세가 대폭 인상되고 가솔린 사용에도 환경개선부담금과 엄격한 자동차 검사가 강요될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생활 환경이 좋아지는 것이 맞는 겁니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시작이다. (2) | 2021.09.10 |
---|---|
오래된 자동차의 여명 (4) | 2021.07.23 |
당신만의 드라이브를 떠난 적이 있습니까? (0) | 2021.06.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