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차박에 대한 생각 (as a 모하비 차주)

by 불곰맨발 2021. 9. 21.
반응형

차박이 흥미로운 부분은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염병 시국이고,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 최근 SUV 보급률을 높아졌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해서 여행을 가는 것은 분명히 생각해봄직한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도킹텐트와 차량용 매트를 사서 길을 나서는데는 분명히 어쩔 수 없는 환경이 한 몫 단단히 작용했다고 봅니다. 

아마 추석 연휴에도 고향집을 다녀오는 수요보다 차박, 캠핑 같은 여행 수요가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이미 고향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4인 가족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물론 남아있겠지만 그 숫자는 상당히 감소했을 겁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이전까지 역귀성이라는 말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면서 모하비라는 대단히 훌륭한 공간을 자랑하는 SUV 차주로서 이런 흐름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차량용 매트를 스마트스토어에서 팔았어야 했는데, 아니 잘 자리잡으면 좋은 여행 문화가 될 수도 있겠죠. 특히나 제 차인 모하비는 어느 오토캠핑장이나 야영장에 들어가서 굳이 텐트를 쳐도 되지 않을만큼 넓고 후륜 에어서스펜션이 있어서 짐을 내릴 때 후륜 차고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차박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주변에 굳이 차박을 권장할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모하비의 넓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차는 차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차에서 아무리 편안한 잠자리를 구축할 수 있다고해도 집이나 제대로된 숙박시설에서의 편안함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할 공간이 필요하고, 차에서 매트 접고 텐트 내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차박이 나만 알고 있는 조용한 곳에서 이루어진다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사실은 법규를 지키면서 차박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야영 시설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거기는 거기대로 시설에 사람이 몰리게 되고 결국은 공동 공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차박은 고즈넉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나만의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여행인 것 같지만, 사실상 차박을 떠난 사람들끼리 어느 정도는 같은 공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호텔이나 민박집에 머무르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 같습니다. 굳이  평탄화작업까지 해가면서 차박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부 공간에서의 차박은 불법이기도 합니다. 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재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야영을 하거나 장기 주차를 하는 행위는 법률로 일부 지자체에서 금지하고 있는 일입니다. 차량번호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고, 차박의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록 우리나라 특성상 단속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뷰가 좋은 숙박시설을 미리 예약해두고 그 숙박시설의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해둔 다음 맨 몸으로 예약해둔 방에 체크인 하는 겁니다. 차량은 온도가 잘 유지되는 지하주차장에서 쉴 수 있고, 저는 조금 더 사람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전용 공간에서 쉬는 것, 저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원한다면 한 번 정도 캠핑을 갈 수도 있지만, 차라리 텐트 야영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차박을 하면 일부 차량은 트렁크를 개방한 상태에서 숙박을 해결하시는 것 같은데, 보안상 별로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야영을 하더라도 전망이나 저녁식사, 밤 분위기를 밖에 텐트를 두고 즐기고 숙박은 차나 텐트랑 별개로 방에서 할 수 있는 민박집이나 다른 숙박시설을 이용할 것 같습니다. 글쎄요, 이건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물어봐서 뭘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렇다고 제가 차박의 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차박을 할 때가 있으니까요. 출장을 나갔을 때 특히 그렇게 많이 하는데,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덥지 않다면, 회사 주차장이나 업무출장지 옥외주차장에서 창문을 열어두고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 짧은 낮잠을 청하곤 합니다. 이 정도라면 차박에 크게 문제가 없겠습니다. 이미 보안 문제가 다 해결되어 있는 공간이고, 점심시간에 주차장으로 나오는 직원들은 저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차박을 하려는 분들에게 차박은 흥미로워 보인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아직 20대라면 차박으로 뭔가 추억을 만드는 것도 분명히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일부 반려동물때문에 차박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이 경우는 숙박시설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보고 차박을 하라고 하면, 저는 되도록이면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공간은 머무르지 않아서 추억이 되기도 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