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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날마다 차 타고 다니는 이야기를 뭐하러 블로그 글로 써요?

by 불곰맨발 2021.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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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차종을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아무도 관심 없을 얘기입니다. 새로 나온 멋있는 차도 아니고, 20년을 채워가는 낡은 차, 그 차에 대한 얘기를 저는 왜 여기에 쓰고 있을까요? 제목대로입니다. '날마다 차 타고 다니는 이야기를 뭐하러 굳이 글로 써요?' 라는 의문이 제 스스로도 듭니다.

 

사는대로 생각하다보니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이 최소 10시간, 집에 자는 시간 7시간, 황금 같은 여가 3시간, 남는 시간 4시간은 뭐지...? 그 남는 네 시간 동안 차에 있더군요. 서울에서 수원까지 왕복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거리가 멀고, 출퇴근 시간에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작년부터는 코로나도 한 몫 했습니다. 이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동안 인생의 16% 가량을 자동차에서 보냅니다. 

 

나름 화창한 컷도 있습니다. 맨날 쥐어터지고 고장나고 기름칠하는 사진만 보여드린 것 같네요.

그런 상당한 분량의 시간이 교통체증에 짜증을 내고, 신호를 멍하니 보고 있고, 흐름에 맞추어 운전하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간이 아까워서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블로그는 정비 내역을 기록하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한동안 관리를 소홀히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날, 그 날부터 다시 블로그에 일관성 있는 노력을 해보기록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차는 항상 피난처였습니다. 가족간의 불화가 있을 때,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 회사에서 암 걸릴 것 같아서 점심시간에 나와서 잠시 머리를 식힐 때, 저는 항상 이 자동차 안에 있었습니다. 신발을 빼면, 집 밖의 험한 세상에서 제 몸무게를 온전히 지탱해 주는 것은 이 자동차의 타이어 뿐입니다. 

 

2018년식 치고는 아직 타이어가 멀쩡합니다. 

이 블로그를 열심히 만들어 가겠다고 생각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니 이 차에서 찍은 생각보다 많은 사진들이 있더군요. 전부 제가 이 차를 타고 갔거나, 차 안에서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제 인생의 16%가 그렇게 잠자고 있더군요. 제가 이 차를 고치기 위해, 이 차로 이동하기 위해, 이 차에서 가족들과 쓴 시간과 돈들이 그냥 사장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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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는 멋진 차를 소개하거나,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 하거나, 전문적인 자동차 기술을 설명하는 블로그는 아닙니다.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갈 순 있어도 어디까지나 저는 일반 운전자이지, 차량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꼭 맞는 내용을 찾아서 오시는 분은 있을 수 있어도, 솔직히 이 블로그가 그냥 맘에 들어서 오시는 분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들, 제가 오간 행적들을 그냥 놔두는 것이 마치 제 인생을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짓 같았습니다. 그래서 적습니다. 제 인생의 16%가 너무 아까워서요. 제가 환경이나 오염시키고 별로 의미 없는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말하고 싶습니다. 아빠가 이런 길들을 갔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앞으로 이런 길을 가려고 한다. 그게 차에서 보낸 단편적인 것이어도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고 말입니다. 

 

더는 삶을 방치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비오는 날 밤에 그냥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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