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습니다. 기대하신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큰 그림만 그렸다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규제를 단순화하거나 줄이고 일단 민간 부문에서 자발적인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공공부문은 꼭 주거복지가 필요한 계층에 집중해서 공급을 하겠다는 기조는 좋아보입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누가 짓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습니다. 민간이냐 공공이냐 정도를 논했다는 것으로는 구체적으로 토지주와 건설주체가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신속통합기획을 포함한 서울 10만호, 경기도 4만호를 필두로 총 5년간 2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세부사항의 핵심입니다...만, 저는 드라이브와 자동차를 주제로 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 교통의 관점에서 이 보도자료를 봐야겠습니다. '국토부 보도자료'로 검색하시면 국토부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보도자료를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공급에 관한 내용을 좀 치우고, '도로'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딱 1군데 의미 있는 문장이 나옵니다.
7페이지에 나옵니다. "지방권은 광역 교통체계가 상대적으로 충분치 않고 중소-대도시간 연결성도 부족함을 감안하여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광역철도 선도 사업과 방사형 광역도로망 구축 등을 가속화한다." 이거 한 문장이에요.
구체적인 사안 언급 없이 큰 방침만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도로 교통에서 제일 중요한게 뭘까요?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의 교통체증이죠. 물론 광역 철도망이 교통대책에서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GTX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하지만, GTX라는게 1-2년 안에 뚝딱하고 지어질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수도권 신도시 입주민들의 편의는 현행 철도망과 도로망이 담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1기신도시 관련 도로망에 대한 얘기가 정말 일언반구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보도를 접하는 사람들도 다 압니다. 공급을 하겠다고 한 들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철도망 건설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다 알죠. 하지만, 상당수의 수도권 신도시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은 당장 오늘 내일의 출근길이 문제입니다. 정부 발표에 그런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을까요. '공급 대책이 대강 이러하나 시간이 걸리니, 당장 공급이 안 되는 대신 급박한 수도권 주민의 주변도시와 서울 교통 편의를 개선한다.' 그래서 어느 도로를 넓히고, 어디를 정비하고, 상습 정체 지역이 있으니 이런저런 구역을 지정하거나 특정 구간을 일부러 피해서 개발 지정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구체적인 위치를 지정하지 않더라도 교통 부하 분담의 원칙 같은 것을 얘기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번 대책은 원칙을 밝히는 수준의 것이지 않았습니까.
수도권에서 서울이나 인천을 잇는 도로망은 그렇잖아도 이번 비로 큰 피해를 입은 곳도 많습니다. 빠른 복구를 하면서 어떤 도로를 넓히거나 배수를 개선하겠다라는 내용만 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맨날 밀리는 3번 국도, 42번 국도 정체 구간이나 서울북부간선도로 램프 같은 곳들 이런 교통 부하가 많이 걸리는 것을 알고 있으니, 도로망을 개선하되 개발 구역 지정시 더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 이런 내용을 넣기에 너무 시간이 부족했을까요? 수도권제1외곽순환고속도로는 출퇴근 시간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자유로가 모자라 제2자유로와 서울문산고속도로까지 필요한 상황입니다. 도로를 무작정 넓힐 수만도 없다는 것도 압니다. 넓히지 않더라도 램프 구조 개선이나, 차선체계 합리화 같은 것을 할 수는 있습니다. 내부순환로 월곡램프 같은 곳이 막히는 건 차가 많고 도로가 좁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내 구간 연결도로의 신호체계와 차선 구조가 그지같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책에 도로망에 대한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걸까요?
제가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이길 바랍니다. 정부가 신도시 교통 정책을 별도로 발표할 수도 있겠죠.
다만 교통망이라는 건 이미 네트워크 형태의 복잡계라는 점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무조건 우리 집 앞만 도로가 넓고 크다고 좋은 게 아니라, 연결성이 확보되면서 트래픽이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전체를 고려해줘야 합니다. 주택 공급의 구체성이 아쉬운 만큼 원칙적인 내용을 발표하면서 공급되는 주택들을 일자리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도 얘기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철도가 중요하지만, 당장 주민들은 도로도 버티는데 필요합니다. 조금 더 종합적인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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