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Washington DC)] 면허따고 첫 운전 미국에서 한 썰
저는 2013년에 운전 면허라는 걸 처음 땄습니다.
면허를 따기 전에 아버지의 자동차를 상속하게 되었고,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운전면허를 땄었습니다. 결혼 준비한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분명히 차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 첫 운전은 상속받은 차로 한국에서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해 8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운전을 쉐보레 소닉(한국 이름: 아베오)으로 하게 됩니다. 면허를 따자마자 저는 미국 출장 길에 오르게 되고 미국에서 필요한 회의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게 되었습니다. 매우 간이 크게도, 저는 한국에서도 해보지 않은 운전을 미국에서 감행하기로 합니다. 면허는 땄겠다, 운전은 하고 싶고, 어차피 저 혼자 나선 출장 길에 3일이나 남아 버렸죠. 귀찮으셨는지 당시 상사셨던 사장님께서는 '잘 끝났지? 난 못 가겠다.'
문제는,
그 장소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였다는 점입니다. (아쉽게도 그 때 찍어두었던 사진 같은 것들이 잘 남아 있는 것이 없네요.)
호텔 1층에 있는 렌터카 센터에서 저는 한국 면허증과 필요한 서류들을 전부 보여주고 차를 빌렸습니다. 그 때는 쉐보레 소닉이라는 차가 어떤 차인지도 몰랐고, 소닉은 아베오와는 다르게 미국에서 세단형으로 출시된 모델도 있었는데 그걸 몰게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제가 운전을 처음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는지, 렌트카 업체 직원이 흔쾌히 차를 빌려주더군요. (뭘 믿고....)
자 차는 생겼고, 시간도 있고, 이제 딱 하나만 해결되면 됩니다.
"어디로 가지?"
지금봐도 워싱턴DC 시내 지도를 보면 한 숨이 나옵니다. 지도를 보기 전까지 이 동네가 얼마나 첫 운전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동네인지 몰랐죠. 한 번 보시죠.
그냥 처음보면 혼란의 극치입니다. 그리고 당시 미국 렌트카에는 네비게이션 같은 것은 없습니다. 구글맵으로 찾고 잘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맵도 시원치 않다싶으면 지도 보고 더듬더듬 기어가는 수밖에 없죠.
위의 지도에 보면 직사각형 도로망 위에 사선으로 큰 도로 (Avenue) 들이지나가는 걸 볼 수 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큰 육각형 블럭 안에 사각형과 삼각형 블럭들이 잘게 쪼개진 형태가 됩니다. 당시 제가 묶었던 호텔이 지도 왼쪽 상단의 Dupont Circle 근처에 있었는데요, 여기 도로 6개가 만나는 로터리입니다. 당연히 도로가 6개 만납니다. (그나마 Avenue들이 기울어진 각도가 일정한 것도 아니야. 도대체 왜?)
이런 벌집 모양 도로망에서 더욱 헷갈리는 것은 이 동네에 좌회전 신호가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좌회전은 비보호 좌회전이고, 눈치봐서 적당히 잘 가야 합니다. 이거 눈치를 잘 못 보면 출퇴근 시간에 워싱턴 DC의 공무원들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인지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워싱턴 DC의 도로 체계는 나름 알고나면 규칙이 있습니다. 일단 세로 도로는 번호가 붙어 있고, 가로 도로는 알파벳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와 알파벳 조합을 알면 좌표가 찍히는 것이니 대략 어느 위치쯤에 목적지가 있는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선으로 길게 뻗은 도로인 Avenue는 유명한 길들이기 때문에 외워두면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펜실베니아 애비뉴가 미국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을 연결하기 때문에 가장 유명한 Avenue가 되죠.
그리고 Beltway라고 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외곽순환고속도로 정도로 볼 수 있는 외곽도로 (Capital Beltway, I-495)가 있습니다. 인터스테이트 495 도로 밖으로 나가면 워싱턴 DC의 대각선 경계를 거의 넘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왜 이걸 아냐면요, 구글맵을 잘못 읽고 길을 들었다가 Richmond 방향 남쪽 I-95 고속도로를 탔었거든요. 가다 보니 점점 촌동네가 나오는 것이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는데 남부로 향하고 있더군요. 어떻게 차를 돌렸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미국의 수도로서 이 도시는 계획된 도시이기 때문에 경계가 아주 기계적으로 잘려 있습니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주가 수도와 경계를 두고 있죠. 제가 객기로 첫 운전을 했던 이 도시는 사실 서울과 기후가 상당히 비슷한 편입니다. 동부라 여름에 습하고 덥죠. 제가 갔던 2013년 여름에도 올해 여름처럼 그렇게 끈적끈적하게 더웠더랬죠.
아이들을 데리고 한 번쯤 미국 역사를 가르칠 일이 있다면 방문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도시 중앙에 백악관과 미 의회, 펜타곤, 스미소니언이 있고 강을 건너면 Arlington 묘역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Rock Creek Park 길을 따라 올라가서 National Cathedral이 가장 고즈넉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요?
P.S. 이제 앞으로 되는대로 예전 사진들 찾아서 해외에서 운전했던 썰들도 적어나갈 계획입니다. 지금 못간다고 안 쓸 수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