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속도 5030과 저감장치 지원사업의 닮은 점
얼마 전에 새로운 정책이 하나 발표가 되었습니다.
안전속도 5030이 2021년 4월 1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도시지역 50 km/h 속도 제한과 이면도로 30 km/h 속도 제한이 주요 골자입니다. 보행자 우선에 입각한 입안도 좋고 특히 이면도로 30 km/h에 대해서는 사실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저 50입니다. 제한 속도를 하향하여 적용했을 때 사망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정책 입안 전에 데이터를 얻으려고 테스트도 했을 것이고 연구용역도 진행이 되었겠죠. 이것도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시속 50 킬로미터 제한이 애매한 길들이 있습니다. 남부순환로 넓어지는 구간이나 시흥대로 양재대로 같은 곳들이 대표적일텐데요, 상당히 넓은 차도로 구성된 곳도 제한 속도가 적용되게 됩니다. 도시지역에 한해서라고는 하지만, 한국은 이미 전국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된 국가죠. 날마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고 자동차 제조사를 보유한 국가인만큼 차량 판매량도 많은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괄적인 제한속도 적용 밖에 방법이 없었을까요?
다시 한 번, 좁은 길에 대해서는 30킬로미터를 적용하는 것에 수긍이 가지만, 50 킬로미터 제한속도 적용되는 도로 중에는 자동차 전용도로는 아니지만, 주요 간선도로에 해당하는 도로들이 해당됩니다. 제한속도를 두고 단속을 하면 카메라 데이터보고 과태료 청구를 할테니 단속을 하는 입장에서는 편할 수 있겠죠. 300마력, 400 마력, 출력 좋은 차는 많이 만들고 날이 갈수록 배달앱 사용이 늘어 도로 물동량은 늘어나는데 더 느린 속도로 흐름을 일괄 제어한다. 이게 과연 최선인지 저는 동의가 안 됩니다.
제가 이전 글에 언급했던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지원사업과 안전속도 5030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가장 억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영세 상용차 운전자'라는 점이죠. 당장 배달 밀려 있는데, 도로에는 제한속도가 걸려 있고, 속도 위반과 배출가스 장착 같은 '비용'에 해당하는 부분은 개인이 모두 책임져야 합니다. 저감장치 자기부담금에 유지비용까지 일일히 지불해야 하는데, 배달도 빨리 못하게 하면서 싫은 소리는 다 들어야 한다....글쎄요.
또 하나, 정책을 입안하는 규제 당국의 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입니다. 규제하는 입장에서는 차 소유주와 차량 정보에 맞추어 벌금만 때리면 되죠. 정작 넓은 도로에 보행자에 다니지 않게 할 수는 없는 것인지, 도로의 구조적인 면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서울 대부분의 도로에는 버스 중앙차선들이 많죠. 도로가 보행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일부러 만들어 놓았습니다. 중앙차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포인트가 아닙니다. 차량 통행을 지하화하는 것 같은 노력은 충분했는지 대안에 대한 고민 유무를 따져 보고 싶습니다.
계도를 했다, 고민한 결과다라는 규제 당국의 항변이 뉴스가 되어 나옵니다. 네. 저감장치 지원사업도 계도를 했었죠. 규제당국이 말하는 계도라는 건 그냥 유예기간을 주는 것에 불과하죠. 그리고 잊을만하면 규제가 시작될거다라는 선택지 없는 (협박장에 가까운) 우편물을 보냅니다.
보행자 우선 정책을 외치는 당국의 태도는 '규제 당국 우선'입니다. 앞으로 전기차 관련 제도가 정비되는 과정에는 이런 방식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