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도로의 컨버터블
쿠페와 컨버터블은 다른 개념입니다. 레저용 자동차를 말할 때, 쿠페와 컨버터블은 마치 거의 같은 개념의 자동차 처럼 얘기하지만, 완전히 다른 형태의 차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쿠페는 2인승 2도어를 일반적으로 말하고 컨버터블은 탑이 오픈되는, 속칭 뚜껑이 열리는 차를 말합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개념이 동시에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보통 컨버터블의 경우 쿠페 위에 올라가는 형태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컨버터블을 쿠페의 부분집합으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지난 늦가을에 제주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컨버터블을 렌터카로 선택했습니다. BMW Z420i.
Z4를 빌린 출장 일정중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제주의 가을이었습니다. 매일 비가 온 것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이미 우리가 경험한 2022년 12월의 살이 찢어지는 추위가 오기 전, 11월 가을까지의 날씨는 상대적으로 가을치고는 온화한 편이었습니다. 느낌적 느낌때문에 저는 이번 겨울이 아주 추울 것임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다녀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2018년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제주를 방문했을 때는 ICC 제주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면서 레이를 몰았던 기억이 납니다. 잠재 고객을 모시고 레이로 힘겹게 더운 여름에 제주를 누볐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저는 제주늬 해안도로를 처음 타봤고,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컨버터블을 타고 오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번 출장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웠고, 일정도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자의반타의반 한림부터 성산까지 이동해야 하는 이정이었고, 당연히 일부러 컨버터블을 빌렸습니다. Z4 정도가 사업용 지출로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만, 저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날씨가 춥지 않아 소프트탑도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첫 일정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흐린 날이 풀리면서 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황색 시트 너머, 열린 소프트탑으로 개방감을 느끼며 제주 해안도로 남쪽의 풍광과 바람을 즐깁니다. 바닷바람이 좋았습니다.
트렁크에는 별다른 짐이 없었습니다. 컨버터블이 트렁크를 이용하기 위해 타는 차는 아니라 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한림을 지나 계속해서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려나갑니다. 잠시 마을이 나오기도 하고, 이내 폭포들이 많은 곳을 지나 ICC 근처까지 도착합니다. 저는 잠시 차를 멈춰 세웠습니다.
예전에 '인생에 쿠페를 한 번은 타야한다.'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고, 컨버터블을 즐겁게 타면서 컨버터블을 반드시 소유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자동차 금융과 소유가 아닙니다. 그대로 제주도의 풍광과 해안도로의 풍광, 바닷바람의 소금기를 즐겨봅니다. 마침 햇살이 좋습니다. 성산에 도착해서 5년 전 만났던 그 고객을 다시 만났습니다. 기억이 남는 저녁 식사였습니다. 우리는 2023년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이번 출장은 사실은 출장을 닮은 여행이었고, 앞으로 다시 거세질 사업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기 전의 마지막 호사였습니다.
우리는 2월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2022년 늦은 가을의 제주 앞바다의 드라이브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