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공사현장과 새로운 시작 - 그렇게 또 사람살이가 돌아간다.
저는 사업상 출장과 이동이 매우 잦은 편입니다. 거리에 유난히 공사현장이 많이 시작한 것이 벌써 작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역세권이지만, 누가 투숙할까 싶은 오래된 모텔이나 여인숙, 허름했던 단층 주택의 식당이 공사현장이 되고 새롭게 빌라나 오피스텔이 되어 다시 태어나는 것들을 여러채 보아왔습니다. 제 사무실 근처에만 벌써 7채째 공사현장을 봤고, 그 중에 이미 4곳이 건축을 마치고 분양중입니다. 공사 시작할 때 쳐주었던 펜스와 비계가 다 철거되고 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자주 가는 창고 근처에 있던 오래된 교회 건물이 새로 펜스를 쳤습니다. 며칠 못 본 사이에 벌써 앞에 있던 마을버스 정류장을 임시 이전하고 나무들 전지 작업을 마쳤더군요. 사실 누가 가긴 할까 싶을 정도로 사람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거의 기도원이 아닐까 싶은 교회였습니다. 제가 눈여겨 보았던 것은 유난히 주차장이 넓어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이죠.
초보 사업자인 제가 보기에도 확실히 코로나가 휩쓸고 간 2년동안 의외로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자산 가격은 올랐습니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의 폭등과, 주식시장의 활황, 3기 신도시 토지보상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 사실 자산분배가 잘 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는 분명히 기회였습니다. 자영업이라고 다 망한 것도 아닙니다. 순이익이 얼마 안 될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배달에 유리한 업종이라면 매출은 나오는 시장이 지난 2년 코로나 시장이었습니다. 저희 사무실 1층에서 영업하시는 프랜차이즈 커피업체 사장님도 1년반 사이에 자동차가 미니에서 벤츠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번 돈들은 다시 자산으로 재투자가 됩니다. 이제 금리가 오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10년전 대학생 학자금 대출 상환 이율이 7% 가까이 하던 시절에 비하면 저금리인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더 철근 값과 콘크리트 값이 오르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빨리 건물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신규 건축에 들어갑니다.
제가 자주 가는 수원 망포역의 어떤 지식산업센터 앞입니다. 이곳도 한동안 주변 입주민과 직장인들이 정기권을 끊고 주차를 하던 맨 땅 주차장이었던 곳입니다. 이제 여기도 펜스를 올리고 정지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벌어진 돈들이 쓰이는 것들과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가게들입니다. 제가 올렸던 글 중에서도 텅텅 빈 인사동 상권에 대한 글이 있었죠. 아직 인사동은 어떤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자주 오가는 업무지역의 빈 상가들은 하나둘씩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만감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을 만들어 냅니다.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리며 망해나가고, 누군가는 새롭게 시작하고, 누군가는 일구어 낸 부로 자산을 쌓아갑니다.
벌써 벗꽃이 지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주말이면 남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히 거리두기가 끝나고, 새로운 봄이 왔다고 해서 마냥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누군가 폐업하면서 남겨놓았던 카페 외장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사장님이 영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건 그렇게 돌아가는 사람살이일 뿐입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 전에 있었던 사장님이 어떻게 장사를 접고 나갔는지 알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새롭게 시작하는 가게들을 응원해야 합니다. 경쟁 관계가 아닌 이상, 다른 사업자가 영업을 정상적으로 해야 저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벗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경제는 그렇게 졌다가 그렇게 다시 피어납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참히 꺾이는 날이 오겠죠. 그 사람살이를, 우리는 경제라고 부릅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저도 처음으로 사업자등록이라는 것을 하고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아직 궤도에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직장인에서 사업자가 되고 나니 길거리 한 켠의 작은 가게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새로 생긴 버거브랜드, 생선구이집이 망하고 배달치킨집이 되고, 야심차게 시작한 아파트 상가의 베이커리 카페가 영업이 어려워 가게를 비워 놓고 있을 때, 바로 옆 칸의 치킨집은 배달로 성공하다가 이제는 오프라인 손님까지 덩달아 느는 그런 광경이 매일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곧 망하든지 성공하든지 둘 중의 하나 결과를 맞이하겠죠.
하지만, 이런 묘하게 교차되고 광경에 감정적으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선택한 사업이다." 망하고 흥하는 사업과 투자 앞에 감정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사업자로서의 기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보 창업자인 제가 누구한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저 제가 나약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저도 제 손으로 제 사업체의 사옥을 올리는 순간을 생각하면서.